시대를 앞서간 두 남자 이야기
90년대의 공기는 지금의 그것과는 다르다. 자유로워지려 애쓰던 거리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체성을 찾아가던 청춘들이 있었다.
그 시대의 심장소리를 가장 생생하게 담아낸 이름이 있다. 바로 듀스.
듀스는 한국 대중음악사에 있어 하나의 혁명이자 한 시대의 감성을 통째로 바꾼 아이콘 그 자체였다.
이현도와 김성재, 단 두 사람이 만들어낸 음악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문화’로 남았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듀스의 궤적 따라가 보려 한다. 그들이 남긴 음악, 감성, 그리고 시대의 흔적을 되짚으며.
1. 거리의 감성을 품은 혁명 듀스의 탄생 - 1993~1994
1993년 한국 가요계는 여전히 발라드와 댄스 음악이 주류였고 힙합은 어딘가 낯선 서양의 그림자처럼 느껴지던 시기였습니다.
그런 시절 이현도와 김성재 두 청년은 당시로선 파격적인 음악과 퍼포먼스를 가지고 무대 위에 등장했습니다.
그룹명은 프랑스어로 ‘둘’을 뜻하는 “Deux”.
당시만 해도 한국 가요계는 발라드와 댄스팝이 주류였고 힙합은 낯선 단어였습니다. 하지만 이현도의 날카로운 프로듀싱 감각과 김성재의 개성 있는 음색, 무대 퍼포먼스는 단숨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습니다.
데뷔곡 ‘나를 돌아봐’는 당시로선 혁신적인 뉴잭스윙 리듬에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 단순한 히트곡을 넘어 국내 힙합 대중화의 시발점이라고 평가 받고있습니다.
듀스는 단지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청춘의 모습 자체였습니다.
특히 김성재의 무대 위 자유분방한 스타일은 많은 이들에게 해방감과도 같은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2. 음악의 경계를 허물다. 독립적 정체성과 해체 - 1994~1995
듀스는 데뷔 후 단 2년 만에 시대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들이 발표한 ‘여름 안에서’, ‘굴레를 벗어나’, ‘우리는’ 등은 여전히 여름이면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시대의 사운드트랙입니다.
특히 ‘여름 안에서’는 국내 댄스 팝 장르 중 가장 상징적인 곡으로 자리매김했고 이 시기 듀스는 단순한 음악 그룹이 아니라 청춘 문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들은 MTV 세대의 감성을 대변했고 자유, 반항, 진정성이라는 키워드로 대중과 깊이 연결되었습니다.
이현도의 음악은 점점 더 실험적이고 진보적인 방향으로 나아갔고 김성재는 퍼포머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해갔습니다.
이들은 아이돌 중심의 틀을 거부하고 진짜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음악과 메시지를 전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너무도 빨리, 너무도 조용히, 해체를 결정했습니다.
1995년, 공식 해체 발표 이후 듀스는 각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김성재는 솔로 앨범을 준비하며 새로운 비상을 꿈꾸었고 이현도는 프로듀서로서 한국 대중음악에 본격적인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운명은 잔혹했습니다. 김성재는 첫 솔로 앨범 방송 무대를 마친 바로 다음 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냈습니다.
그의 죽음은 음악계는 물론 온 국민에게 충격과 깊은 슬픔을 안겼고 그렇게 듀스의 여정은 세상에서 너무도 빨리 멈춰버렸다.
3. 살아 있는 전설. 듀스의 유산과 현재 - 1996~현재
비록 듀스로서의 활동은 짧았지만 그들이 남긴 발자취는 여전히 선명합니다.
그들의 음악은 시간이 흘러도 색이 바래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힙합, R&B, 크루 문화, 개성 중심의 무대 연출에 이르기까지 듀스가 처음으로 문을 연 흐름 위에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걸어가고 있습니다.
이현도는 이후 DJ DOC, 지누션, 양동근 등 수많은 뮤지션의 음악을 프로듀싱하며 듀스의 정신을 이어갔고 동시에 김성재의 음악은 여전히 추억과 전설로 회자되며 팬들의 마음속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말하자면’이나 ‘너에게’ 같은 곡은 지금도 청춘의 감정과 그 시절의 공기를 간직한 채 우리 곁을 맴돌고 있습니다.
듀스는 단지 한 팀의 이름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새로운 시선을 가르쳐주고 용기를 심어주고 자유를 노래해 준 목소리였습니다.
그들의 짧지만 강렬했던 여정은 한국 대중음악사의 커다란 전환점이었고 지금도 ‘듀스답다’는 말은 가장 앞서가는 가장 솔직한, 가장 용기 있는 표현으로 남아 있습니다.
듀스의 대표적인 히트곡
나를 돌아봐 (1993)
우리는 (1993)
겨울의 기억 (1993)
굴레를 벗어나 (1994)
여름안에서 (1994)
사랑하는 이에게 (1994)
너만을 위한 노래 (1995)
듀스의 대표적인 수상내역
1993년 - MBC 10대 가수가요제, 10대 가수상
KBS 가요대상 신인상
1994년 - SBS 가요대전, 본상
MBC 10대 가수가요제, 10대 가수상
1995년 - 골든디스크, 본상
듀스의 음악은 단지 추억의 배경음악으로 남지 않는다. 그들의 노래는 여전히 오늘을 살아가는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하고 새로운 세대의 뮤지션에게 영감을 건넨다.
짧았지만 강렬했던 2년 남짓의 시간은 오히려 그들을 더 또렷하게 기억하게 만든다. 시대를 앞서갔기에 외로웠고 진심을 담았기에 오래 남는다.
김성재가 무대에서 마지막으로 남긴 눈빛. 이현도가 지금도 음악 속에 새겨 넣는 철학.
그것은 ‘듀스’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시대를 열고 그 시대를 음악으로 완성한 두 남자의 이야기다.
지금도 그 시절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혹은 처음 듣는 이들에게도 듀스는 여전히 유효하다.
듀스는 끝나지 않았다. 단지 음악으로 살아간다.